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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오늘 이슈·화제

SAP코리아 조직문화 이야기...데일리 비지니스



직원이 행복하면 실적이 좋아진다는 팩트 - SAP 코리아


대표이사 직속 기업문화 담당자가 있다.

목표는 단 하나. 직원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문화와 제도는 모두 ‘행복'이라는, 일견 모호해 보이는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직원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은 큰 기업들이 수혜적으로 제공하는 ‘사치재’처럼 느껴진다.

기업의 존재 목적인 실적 상승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No.1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회사인 SAP의 한국 법인 SAP 코리아는 직원 행복에 유별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다. ‘파트너님'으로 통일되는 호칭제와 원하는 곳 아무 데서나 일할 수 있는 ‘모바일 데스크'를 도입했다.

임원실도 없고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도 않는다.

회사에는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노래방 기계까지 뒀다.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전 직원 대상 ‘보물찾기 대회’를 열기도 하고,

평창 올림픽이 열리던 기간에는 사무실 공간을 꾸며 직원들이 ‘미니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퇴근 후가 아닌 근무 시간 중에다.

왜 그렇게 할까? 대형 외국계 기업이 흔히 하는 ‘돈잔치' 일까?

SAP 코리아의 기업문화를 총괄하는 오용석 파트너는 “직원의 행복은 매출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저 사탕발린 소리가 아니다. SAP는 이를 숫자로, 공식으로 입증했다.

SAP 코리아 오용석 파트너. 그의 직함은 ‘최고 문화 전문가(Employee Engagement Champion)’다.

 

<직원의 행복이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증명하다>

SAP는 글로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생활 만족도 설문 조사를 매년 실시한다.

소속감,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 권한이양, 상사와의 관계, 보상, 일과 삶의 균형, 건강 등에 대해

직원들이 직접 매긴 점수로 BHCI(Business Health Culture Index) 점수를 측정한다.

한마디로 ‘직원들이 행복한가?’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조사를 할까. SAP는 평균 BHCI 점수가 1점 올라갈 때마다 9,000만~1억 유로의 영업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을

 ‘수치적으로’ 증명했다. 회사 차원에서 “BHCI는 비재무적 지표 중 가장 중요한 KPI”라고 강조한다.

SAP 코리아에서도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BHCI 분석 항목
BHCI 점수 변화와 재무적 지표와의 상관관계

이런 환경에서 SAP 코리아의 기업문화가 나아갈 방향성은 명확했다. ‘직원들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직원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원칙>

직원의 행복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와 매출간의 상관 관계를 입증해 낸 것 까지만 해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일터'인 직장에서 직원들이 정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 원격 근무, 자율 출퇴근 등 그럴듯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이런 저런 반대와

부작용에 밀려 얼마 유지 못하고 물리는 경우가 많다.

유지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수혜적 복지'에 가깝다. 오용석 파트너는 “정말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복하게 만드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1. 제도의 도입보다 마인드셋이 먼저다

오 파트너는 많은 기업이 문화를 개선하려 할 때 범하는 실수로 ‘무턱대고 좋아보이는 제도를 먼저 도입하는 것’을 꼽았다.

제도를 도입하면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순서가 정반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직원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모든 제도나 행사가 직원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려 원하는 방향성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제도만 도입하면 겉돌 수밖에 없죠.”

‘마인드셋'이 확보된 상태에서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SAP 코리아 문화의 핵심이다

임직원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깨닫고 자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먼저 ‘분위기'를 바꾼다.

그다음에 제도를 도입해야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SAP가 수년 전에 도입한 ‘호칭 파괴’ 와 ‘모바일 데스크’를 예로 들 수 있다. SAP도 과거엔 ‘임원실'이 있었고,

직원들은 자기 부서 임원실 앞에 모여있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물론 부서 간 장벽도 존재했다.

이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임원실 없애기', ‘부서별 지정좌석제 없애기' 등의 제도를 먼저 도입한다.

혹은 임원실과 지정좌석제 없애는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연다. 이런 회의를 열면 보통 찬반이 팽팽히 나뉜다.

결국 한 쪽으로 결론이 나지만, 다수는 이 결론에 동의하지 않게 된다. 불만이 커지고, 행복하지 않게 된다.

SAP는 이런 방법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봤다. 그렇게 강제로 없애봐야 부서 간 ‘마음의 장벽'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대신 재미있는 솔루션을 냈다.

모바일 데스크 도입을 위한 회의실 확보라는 이유로 임원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임원 2명이 한방을 공유하도록 했다.

그리고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이 지나면 임원방을 옮기도록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자신이 모시는 임원을 따라서 자리를 옮겼다.

그것도 한두 번. 매번 자리를 옮기는 게 귀찮아진 직원들은 어느 순간 임원을 따라가지 않았다.

자연히 타 부서 임원/직원들과 자리가 섞이는 경우가 생겼고 장벽이 무너졌다.

마침 대표이사가 나서 “나도 방을 갖지 않겠다"라고 선언했고, 주기적으로 이사하는 게 귀찮아진 임원들도

“이럴 바엔 차라리 임원실이 필요 없겠다"라고 자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때가 ‘마인드 셋'이 갖춰진 순간이다. 비로소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자율 좌석제, 원격 근무제,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한다. 제도는 자연스레 안착된다.

2. 액션에는 맥락이 있어야 한다

많은 회사에서 조직 문화 관련해서 여는 행사에는 맥락이 없다.

대표적인 예가 ‘직원 사기 진작'이라고 해 놓고, ‘워크숍'을 열어서 멀리 가서 회식을 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입에서는 “사기 진작을 해 줄 거면 차라리 휴가를 주지"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오 파트너는 “SAP는 먼저 목적을 분명히 하고, 맥락에 맞는 행사를 치밀하게 기획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례가 영수증 없이 비용처리가 가능한 경비지출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컨커(Concur)’라는 회사를 인수했을 때다.

2가지 미션이 있었다. SAP 코리아가 컨커를 인수한 이유와 의미를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야 했다.

그리고 두 회사의 직원들이 잘 어울리게 해 가능한 빨리 ‘화학적 융합'을 만들어야 했다.

오 파트너의 아이디어는 “근무시간에 딱지치기 행사를 열자"였다.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이 행사에는 맥락이 있었다.

일단 종이로 만든 딱지를 집어던지는 행사를 통해 “종이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바로 SAP가 컨커를 인수한 이유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 딱지치기를 통해 SAP의 직원과 컨커의 직원이 자연스레 웃고 떠들며 어울렸다. 컨커의 공식 런칭 뿐 아니라 직원 사이의 심리적 장벽이 자연스레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3. 참석률이 아닌 인식률에 초점을 둔다

회사에서 뭘 한다고 할 때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경우 행사를 주도한 팀은 직원들의 호응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모두 필수로 참석하세요"라고 공지한다. 이 경우 불만만 커진다.

오 파트너는 "참석률에 연연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인식률'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가 인식만 널리 잘 되면 불참한 직원도 참여한 직원에게 행사에 대한 내용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원래 목적인 ‘마인드 셋' 변화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오 파트너는 "그래서 행사 당일 몇 명이 왔는지를 확인하기보다는 즐거웠던 동료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열린 SAP 사내 미니 올림픽 ‘평창처럼'

<인사 평가 제도의 뒷받침>

이런 제도들과 운영 원칙이 물론 전부는 아니다. 적절한 평가 보상 제도도 수반돼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개개인에 대한 엄격한 신상필벌이 직원의 모티베이션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큰 보상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는 것이다.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SAP의 운영 방식은 좀 다르다.

인사 평가 보상 제도의 근간에도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라는 원칙이 있다.


Growth Mindset 지향을 위한 절대평가 도입

SAP 코리아는 인사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꿨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수시로 계획을 조정하여 대응력을 높이고,

과도한 내부 경쟁보다는 코칭을 통한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또한 팀 단위로 인센티브를 책정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목표가 주어지니 팀장은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상사의 부하직원에 대한 지원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SAP TALK를 통한 상시적 피드백

개인의 업무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는 SAP TALK라는 제도로 대신한다.

직원은 자기가 한 일을 365일 24시간 SAP TALK에 남기는 것이 가능하고,

리더는 피드백을 달아놓는다. 매일 대화하듯이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개선점이 나오고 직원은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오 파트너는 “연말에 갑자기 ‘당신의 올해 퍼포먼스는 이랬어'라는 성적표를 받으면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한다"라며 “매일 소통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해 이해하고 개선점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경기 종료 후 선수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경기 중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전술 변화를 줘

최대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직원 행복에 집중한 결과>

당신이 경영자라면 이 글을 읽고 드는 의문은 한 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정말 이 회사 매출이 좋아졌어요? 글로벌 전체 말고 SAP코리아요.

정말 한국에서도 직원을 행복하게 하면 회사가 성장해요?"

답은 아래와 같다.

새로운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최근 5년간 SAP 코리아의 BHCI 평균 점수는 72점에서 80점으로 상승했다.

특히 45점으로 낮았던 ‘동료애' 부분은 15점 이상 상승했다. 한마디로 직원들이 더 ‘행복해졌다는' 말이다.

“1점 올리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점수를 올리는 데 열중할만한 가치가 있죠.”

SAP 코리아는 ‘직원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목표 하나를 보고 달려왔다.

같은 기간 한국법인의 매출은 계속 상승했고 지난해 4,000억을 최초로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었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1. 직원의 행복이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내부 서베이 등을 통해 직원의 행복도를 측정해 실적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여의치 않다면 관련 연구 논문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직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일이기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합니다.

2.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단순히 '인사팀의 업무 중 하나'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 인식하고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합니다.

SAP 코리아의 직원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업문화 담당자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배치해

많은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3. 좋아보이는 제도를 무턱대고 도입하거나 강제 참석을 유도하는 오래된 관습을 버려야 합니다.

직원들의 마인드셋이 변해야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원칙 아래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SAP코리아의 모든 문화적 제도는 직원의 심리적인 부분을 옳은 방향으로 건드리는 것부터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