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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예술 그리고 음악/좋은글 모음

청정한 믿음

<청정한 믿음>


믿음은 순수하고 진실할수록 그 효력이 강력합니다.
오랜 습관처럼 미적지근하게 믿는 것보다는 짧더라도 간절하게 믿고 기도하면 부처님의 감응을
즉시 받을 수 있지요.

 

부처님 당시에 어느 마을에 지독한 구두쇠가 한 사람 살고 있었어요.
그 구두쇠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맛다쿤달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요.
맛다쿤달리란 ' 넓적하고 편편한 귀걸이를 달고 다니는 사람' 이라는 뜻이에요.
구두쇠가 아들에게 황금 귀걸이를 선물했는데, 세공비가 아까워 그냥 망치로 두들겨 넓적하게
만들어 달아 준 일에서 유래한 이름이었지요.

 

어느날 맛다쿤달리가 황달에 걸렸어요.
병을 고쳐 주긴 해야겠는데 의사에게 가면 돈이 들어갈 게 걱정된 구두쇠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황달에 좋다는 약재들을 대충 구해다가 푹 삶아 먹였지요.
하지만 약을 그런 식으로 쓰는데 병이 나을 리 있겠어요.
맛다쿤달리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어 갔지요.

 

그제야 겁이 난 구두쇠는 의사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맛다쿤달리를 본 의사는 한눈에 가망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살살 피하기만 했지요.
맛다쿤달리는 마침내 사경에 빠졌습니다.
구두쇠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장례를 치르려면 돈이 들텐데 그게 또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장례를 치르지 않으려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맛다쿤달리를 대문 밖에다 내놓았어요.
지독한 구두쇠를 아버지로 둔 죄로 맛다쿤달리는 차가운 땅바닥 위에서 죽어가는 신세가 되었지요.

 

당시 부처님께서는 새벽마다 선정에 들어가셔서 그날 구제할 중생을 찾아보셨는데,

때마침 맛다쿤달리가 부처님의 천안통(天眼通. 부처의 여섯가지 신통 중 하나.

세간의 멀고 가까운 모든 고락의 모양과 갖가지 형과 색을 꿰뚤어 볼 수 있고,

자신과 남의 미래세에 관한 일을 내다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에 걸렸어요.

부처님께서는 조금 있으면 숨이 끊어질 저 중생과 그 구두쇠 아버지를 어떻게 구제할지

두루 살피신 후 맛다쿤달리가 누워 있는 곳에 홀연히 나셨어요.
"나를 보아라."
부처님께서는 맛다쿤달리에게 큰 빛을 비추셨지요.
숨이 끊어지기 직전, 부처님을 대한 맛다쿤달리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리도 고귀한 분이 계시다니!'
그 순간 일어난 환희심(歡喜心)이 맛다쿤달리를 천상 세계의 도리천(忉利天)으로 이끌었지요.
그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궁전에게 천명의 천녀들을 거느리고 사는 복을 누리게 되었어요.

 

한편 아들을 잃은 구두쇠는 뒤늦게 슬퍼하며 매일 화장장을 찾아가 눈물을 흘렸어요.
천상 세계에 있던 맛다쿤달리는 불쌍한 아버지를 구제하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청년의 몸으로

변신한 뒤 아버지의 옆에 서서 울었지요.
그러자 구두쇠가 물었어요.
"이보게, 왜 우는가? "
"제게 아주 큰 황금 마차가 있어요. 그런데 바퀴 두 개를 구할 수가 없어 우는 겁니다."
"그래? 내가 도와줄 테니 울지 말게. 황금으로든 은으로든 다 해 주겠네."
"그것 가지고는 안 되고, 하늘의 해와 달을 떼어다 붙여야 합니다."
"자네 미친 것 아닌가? 해와 달을 어떻게 떼어다 붙이나?"
"해와 달은 보이기나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죽은 자식이 운다고 돌아오나요?
어르신은 왜 그렇게 날마다 우시는 건가요?"
그때야 구두쇠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자네는 누군가?"
"제 전생은 당신의 아들입니다. 저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그 순간 구두쇠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아들 덕분에 부처님께 귀의한 구두쇠는 그 뒤로 남들에게 보시 공덕을 많이 지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맛다쿤달리는 임종할 때 잠깐 청정한 믿음을 낸 것만으로도 천상세게의 도리천에 새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구두쇠 아버지까지 구원했습니다.
아버지 또한 부처님 말씀을 믿고 수행한 결과 수다원과(須陀洹果. 그릇된 견해나 진리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참된 믿음으로 얻는 성자의 지위)를 얻었다고 하지요.
우리들 역시 부처님께 귀의한 것만으로도 천상 세계에 태어날 수 있어요.
즉, 진정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객이 전도된 행동을 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구두쇠 아버지와 다를 바 없어요.
흔히 불교는 구원의 종교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법구경> 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열린 마음으로
믿으면 누구든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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