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요리 -
어제까지는,
부추를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휑궈 꽉 짰다
참기름, 깨소금에 무쳤다
그의 눈물인지 모를 물,
양푼에 흥건하다
오늘은,
부추 먼저 헹군다
끓는 물에 넣고, 이내 꺼낸다
소쿠리에 펼쳐 식힌다
접시에 소담스레 담긴 그,
고인 물기 하나 없다
-꼭 짜지 말거라
나물 무칠 때마다 일렀던 당부,
어디선가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다.
어제 뵌 듯 생생한 참견이다
남편과 말다툼 후, 하루가 지난 오늘
마음속에 남편 탓하며 들끓는 말...
앙다문 입술 안에 수두룩하다
숨막히는 오늘이,
내일은,
숨통 트이는 어제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
남편 요리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뚜껑을 열고
입 가장자리에 붙은 만만한 말부터
가까스로 꺼낸다
뜸들이고도
한참을...
식혀 내뱉은 말,
-밥 먹읍시다
어색이 마지 못해 식탁에 앉는다
"오늘의 요리" 느낌은..
이 시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 감정을 다루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깊은 울림을 준다
마음 속에 머물던 날카로운 말들을 꺼내지 않고 되새김질하며
식히는 모습은 얼마나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인지 느끼게 한다
마침내 입에서 꺼낸 말 "밥 먹읍시다"
이 한마디에 이 시의 모든 진심이 담겨 있는 듯
억지스럽지 않고,분노도 변명도 섞이지 않은 담백한 화해의 손짓,
그 말 앞에 앉은 '어색이' 라는 표현도 재미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요리"는 그렇게 마음을 식히고 다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상의 지혜이자
시인의 따뜻한 성찰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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