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습니다

손자가 흙에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 알을 넣고
흙을 덮습니다.
손자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구멍하나에 콩 한알만 심으면
되지 왜 세알씩 넣으세요?

할아버지는 구슬땀을 씻으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래야,
하늘에 나는 새가 한 알 먹고
땅에서 사는 벌레가 한 알 먹고
나머지 한 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맞아요.
그럲게 굶주리고 배가 고픈데도
감 하나를 따지 않고 남겨 두는 까치밥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곁두리를 먹기 전에
음식을 던지는 고수레의 풍습.

우리는 콩 세 알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들.
콩 세 알을 심는 이 마음을 옛 조상들은
삼재사상(三才思想)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늘 천 땅지 사람인
이 세 힘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

할아버지,
왜 콩 한알이 아니라 콩 세알이지요?
농약을 뿌려
사람 혼자 먹는 농사가
아니 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손자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크게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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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고수레와 까치밥이라는 낱말이 있는데
고수레는 세끼 밥도 못 챙겨 먹던 사람들이 벌레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려고 한 마음,그리고 까치밥은 감나무에 감들이
저녁 해처럼 빨갛게 익으면 사람들은 겨울에 먹으려고 감을 따면서 가장
꼭대기에 가장 큰 녀석은 겨울에 까치가 먹으라고 두는 것 처럼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풍습들이 이젠 먼 이야기 처럼 다가온다
모처럼 긴 연휴의 끝자락에 이어령님의 "80초 생각 나누기"라는
글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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