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뿐이랴
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
군불을 지피면
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부황리에 사람의 저녁이 깃든다
이 저녁
평화가 무엇이겠느냐
눈덮인 오두막 위로 늙은 새들이 난다
저녁 연기는 대숲의 뒤안까지 가득하다
이제 밤이 되면
시간의 물살에 무엇이 온전하다 하겠느냐
밤은 소리없이 깊고
사람만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먼지며 풀씨,
눈꽃 송이들 떠돌고
어린 닭과 고라니, 사려깊은 염소도
길을 잃고 헤맨다
누가 저 무심한 시간의 길을 알겠느냐
더러 길 잃은 별들이
눈 먼 나에게도 길을 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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